조금은 여윈 듯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반짝이는, 반짝이는 가을 강가에 가보라
흔들리는 갈대와
갈바람만으로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리니
언덕을 기어오르던 메꽃 잡풀
그 언던 언저리에 다 부서지고 흩어져
유리알보다 더 맑은 허공에
무겁게 끌고 온 무게들을
가만 내려놓고 떠난다
눈썹 위에 욕망도
가슴에 꽃힌 아픈 상처도
네 발목에 묶인 끈도 풀어 던지고
속이 풀릴 때까지 그 강물에 띄워 보내보라
물 아래 반짝이는 모래가
얼마나 오랜 세월 부대끼며
제 살을 깎아왔는지
물살만 보아도
눈물이 고이는
가을 강에 가서 보라
눈이 부신
강가에
최도선 시인의 <가을 강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부신 가을 강가입니다.
그동안에 있었던 걱정과 시름은
가을 강물에 풍덩 던져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달을 준비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