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촌동→상도동 구간을 오늘도 내일도 달리는
저 시내버스는
어쩌면 나보다 더 행복한 것인지도 모른다
승객들이 오르고 나면
재빨리 문이 닫히고
시간이 없다고 갈길이 멀다고
오늘도 내일도
의심없이 그 길을 달려가는
저 노선버스는
나보다 더 고뇌가 없는 씩씩한
길을 가진 것이라 해도 좋다
매일매일
떠나야 할 분명한 시점과 닿아야 할 분명한
종점을 가진 것이
부럽다 해도
난 벌써 서른다섯 살.
아스팔트 위를 먼지와 함께 불어가는
가을바람처럼
그 바람에 흩어져 날아가는
어제 저녁의 구겨진 신문지조각처럼
나에겐 떠나야 할 곳도 닿아야 할 곳도
언제나처럼 분명치가 않다는 느낌이다
행복한 길을 가지지 위하여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할까.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행복한 길을 가져야 할까.
나는 아직도 아마 모른다.
다만 아침저녁으로 종점에서 닿고
떠나는
행복한 시내버스들을 바라다보며
다만 나에겐 길이 없다는 절망과
길을 원하는 갈증이
우울증같이 멀미같이
환상의 외침이 되어 다가든다는 것뿐이다
김승희 시인의 <길이 없는 길 위에서>
우리가 가는 길이
버스 노선처럼 명확하다면,
서고 달려야할 곳이 정해져있다면,
인생도 조금은 쉬워지지 않았을까 싶을 때도 있죠.
우리가 가야할 종점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때로는 불안과 절망이 오가는 우리의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