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 곳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는
그야말로 벌집처럼 패인 저 양은주전자도
상처 드러낸 채로 살아가잖은가
우리가 세상경륜을 두루 거친 인생 선배를 존경하듯
찌그러지고 헐벗어서 더 손님들이 사랑한다는
막걸리양은주전자를 바라보며
그래, 상처투성이로 살아간다고 슬픈 것만은 아니라고
너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결코 너를 위무하는 말만은 아니다
떨어져 비에 젖은 나뭇잎을 바라보며
모든 사람들이 다 추지다고 여기지는 않듯이
세상 한 모퉁이에는 아픈 것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한스러움으로 본다면 저 양은주전자도 남 못지않다
그러나 도전적으로 묵묵히
그래, 더 부딪치며 살아가자
그 순간순간들이 내가 살아가는 존재의미라는 듯
상처를 빛내며 사람들에게로 간다
삶은 아픈 몸 껴안고 거듭 태어나는 것이다
김광렬 시인의 <막걸리양은주전자를 바라보며>
상처투성이 양은주전자를
좋아해서 찾는 이들이 있는 것처럼
찌그러지고 구겨진 것이
꼭 동정 받을 일만은 아닙니다.
그러니 상처가 있어도 당당히 살아봐요.
이 또한 부딪히며 살아온 인생의 훈장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