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2 (월) 꽃도장
저녁스케치
2019.09.02
조회 477
그 가시내 지금 어디에 있을까. 하학길 울긋불긋 코스모스길 따라 코스모스처럼 웃으며 재잘대며 집으로 가던 가시내. 빠알간 코스모스 꽃 모가지 따 손가락 사이에 끼우곤 엉큼살큼 다가가 새하얀 교복 등짝에 차알싹! 꽃도장 찍으면, 깜짝 놀라 화난 얼굴로 뒤돌아 보며 초롱한 눈 이쁘게 흘기던 가시내. 히이- 웃으며 등짝에 찍힌 꽃도장을 보며 달아나며…

너는 이제 내 각시다, 속으로 좋아라, 어쩔 줄 몰라. 흰 교복에 번질세라 등에 찍힌 꽃도장 털지도 못하고 꽃 같은 입으로 궁시렁궁시렁 욕바가지 쏟아 내다가 피식 웃어 버리던 가시내. 꽃 모양도 선명한 코스모스 꽃도장 노란 꽃술 등에 박고도 코스모스같이 웃던 가시내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한번도 생각나지 않던 그 가시내, 오늘 문득 코스모스 길을 가다 생각이 나네.

박찬 시인의 <꽃도장>


꽃을 따서
손가락에 끼우고
누군가의 등짝에 찰싹 놓으면
그걸 꽃도장이라고 하죠.
어릴 적 우리가 좋아하던 소년소녀는
지금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요.
티 없이 순수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