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4 (목) 빨랫줄
저녁스케치
201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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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하늘 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줄 같다
그것은,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길게 당겨주는
힘줄 같은 것
이 한 줄에 걸린 것은
빨래만이 아니다
봄바람이 걸리면
연분홍 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면
떨어질까 말까
물방울은 즐겁다
그러나,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당겨주는 힘
그 첫 줄에 걸린 것은
바람이 옷 벗는 소리
한 줄뿐이다

서정춘 시인의 <빨랫줄>


기다란 빨랫줄에 바싹 말라가는 옷가지들을 떠올리면
우리 마음도 뽀송뽀송 햇볕냄새가 스미는 듯 합니다.
맑은 날에는 옷을 걸리고, 비오는 날에는 빗방울이 걸리고,
또 가끔 지나가는 참새의 쉼터가 되어주기도 하는
옥상 위 빨랫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