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대사는 없죠
등이나 스쳐 가는 옆모습으로 말해야 하죠
수많은 배경 중 하나
있어도 없어도 그만
자막 맨 끝에 가까스로 매달리거나
아예 지워지는 이름
그런데 왜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는 게
가을 저녁의 횡단보도를 건너 집으로 가는 게
그토록 힘들었을까요
왜 그리 자주 NG를 내고
눈물을 감추고
마른 입술을 깨물어야 했을까요
잠깐 누군가의 어미 아비가 되는 일
살구나무에 맺힌 살구 알을 만지는 일
가슴의 생각을 묻고 듣는 일
때론 침대에 누워 잠드는 일마저도
전동균 시인의 <행인3>
뭐 대단한 일 한다고
엑스트라일 뿐인 내 삶이
이토록 힘든 걸까 원망스러울 때도 있죠.
하지만 세상 속에서는 지나가는 행인일지라도
가족들에게는 내가 주연배우죠.
그래서 자주 눈물을 감추고
마른 입술을 깨뭅니다.
나의 영원한 팬, 나의 가족들에게는
영원히 가슴에 남을 내 모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