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1 (수) 집에 대한 예의
저녁스케치
201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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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긴 여행길에 오른 당신의 삶을

비바람 태풍에 끄떡없는 집을 짓는 까치도
제 몸보다 수백 배 큰 집을 짓는 개미도
기도하듯 만든 집에서
새끼 낳고 키우며 사랑 하나로 버티거늘
우리 삶에 사랑이 없다면 궁궐인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사막을 걷는 낙타의 오아시스 같은 집
일을 마치고 해거름 돌아와
하루를 감사해 하며
내일이면 다시는 못할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웃고
철없는 아이처럼 뛰며
살아 있음을 마음껏 즐거워하라
이는 집에 대한 당신의 예의

여행이 끝나는 날 마지막 휴식처
가장 편안한 무덤의 문을 열 때까지.

이길원 시인의 <집에 대한 예의>


내가 사는 집에 대해
예의를 지키는 방법은
있는 힘껏 웃고, 마음껏 즐거워하며
죽는 날까지 사랑하는 것이었네요.
부모님과 남편, 아내, 아이들,
집안을 떠도는 공기까지
모든 것을 사랑해야겠다 싶은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