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닦는다, 아버지
토방 그늘에 쭈그리고 앉아
조심스레 문지른다
툇마루에 올려놨던 살핏줄 내음
박사 따온 오진 자식 그 애린 볼 부비듯이
'즈이 어미 살았으면 오죽
좋아하랴만' 쓰잘데 없는 생각
털어 버린다 솔질 한 번 더 한다
"느그들이 온께 사람 사는 집 겉다 잉? 허허"
남의 땅에서 태어난 손주놈 잠자리처럼
마당 휘젓고 다니는 모양, 눈에 꽉 차올라
구두를 닦는다 그저 자식놈 구두만 닦는다
곡식 가마니 져 나르던 휘어진 등허리에
추석날 기우는 햇살 미어지게 실어 나른다
고명 시인의 <추석날>
자녀들이 시골에 오면
아무렇게나 벗어둔 구두를
툇마루 아래 나란히 정리하시던 아버지가 생각합니다.
손주들이 마구 벗어둔 겉옷도 주워다가
옷걸이에 반듯하게 걸어주시고 말이죠.
“너희들 오니까 사람 사는 집 같다” 하시는
부모님의 말씀이 안쓰럽고 미안해서
일부러 더 왁자지껄 떠들었던 추석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