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이나 비켜서서 걷는 그림자를 부러 못 본 체
그냥저냥 걸어 볼 일이다
개나리꽃 노랗게 물들면 따라 그림자도 노오랗고
찔레꽃 하얗게 물들면 따라 그림자도 하이얀
노을이 내 이마 어디쯤 머물다 가면
따라 내 이마가 붉게 물드는 그런 길 한 번쯤
그냥저냥 걸을 일이다
가다 지치기라도 하면
잠시 노을의 옷섶을 끌어다 짐짓 모른 채 깔고 앉아 볼 일이다
어느새 따라 엉덩이 걸치는
그림자 엉덩이를 토닥토닥거리다 보면
내 이마 어디쯤에도 반짝 별 하나 슬쩍 자리 잡는데
그때서야 왔던 길 길게 되돌아볼 일이다
표성배 시인의 <짐짓 모른 체>
때로는 나에게 연결된 줄들을 끊고
자유로운 시간을 가져봤으면 싶죠.
시간과 목적을 정해놓지 않고
그냥 걸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가끔은 해가 지는 것을 보고도 짐짓 모른 척,
노을을 즐기다 들어가는 날도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