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23 (화) 터미널 식당
저녁스케치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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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식당에 들어와 밥 먹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입구를 등지고
누가 들어오든지 상관없이
주방을 보고 자리를 잡는다
벽 가까운 곳
완강히 문을 등지고
외로움의 경도와 부끄러움에 비례하여
허리를 사선으로 바짝 굽히고
어떤 소리가 나도 문을 돌아보지 않도록
한 끼 식사가 끝날 때까지
세상을 버리고 예배당을 찾은 어린양처럼
깊이 머리 숙여 손으로 밥을 감싸고
허전함의 속도 맞춰 밥을 퍼 올린다
가끔 고개를 들고
모자라는 반찬을 갈구하는 성도처럼
깊어지는 자기 그림자 위에서
생애 같은 한 끼 식사를 마치기까지
기울어서 기울고 있다

오석균 시인의 <터미널 식당>


혼자 식당에 오는 사람들이
그다지 이상해보이지 않는 요즘입니다.
그러니 혼자 식사를 하더라도
고독한 미식가라도 된 것처럼
천천히, 맛있게, 음식을 즐기면 좋겠어요.
지금 내 앞에 놓인 한 끼가
오늘도 고생한 나를 위한 선물이라 생각하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