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27 (토) 골방
저녁스케치
20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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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은 낮은 지붕 아래 있었다
할머니가 침침한 석유등잔 아래 무릎을 세우고
어둠을 지피던 방이었다
낮에도 어둠이 두꺼운 그 방이 나는 좋았다
심란한 낙서들이 귀를 세우는 겨울 밤
소란한 게 싫어서
나는 그 어둠 파먹으며 침묵을 학습했다
사방이 흙벽뿐인데도 굴뚝을 향한 납작한 봉창으로
밤이면 내가 궁금하다고 달이 떴다

언제였을까
어린 마음에도 생각 짓찧고 싶은 때 있어
허공에 눈송이 꽂히는 한겨울 들판을 오려다가
종잇장 같은 마음에 걸어 놓던
뼈가 하얗게 비치던 때가 있었다

이관묵 시인의 <골방>


앉은뱅이 책상을 펴고 앉아있으면
사방의 벽이 내게 다가올 거처럼 느껴지는 작은 방.

비밀스런 일기를 쓰고,
공상에 잠기기도 하고,
군것질거리를 몰래 숨겨와서 먹던 곳.

낮은 지붕아래 골방에는
꿈과 낭만을 키워가던 사춘기 아이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