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29 (월) 여름 내내
저녁스케치
20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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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아래서 책을 읽었습니다, 책 제목……, 기억나지 않네요. 사과가 아주 작을 때부터 읽기를 시작했는데, 점점 책 종이가 거울처럼 투명해져서 작은 사과알들을 책을 읽으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점점 책 종이가 물렁해져서 책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던 사과알들이 책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활자도 사과알을 따라 책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책은 물렁해졌고 물처럼 흐르려고 했어요, 물처럼 흐르는 책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요, 사과알이 든 흐르는 책을 여름 내내 읽고 있습니다, 나무에 매달린 사과알들이 다 사라지고 난 뒤, 나무가 책의 물 회오리로 들어왔습니다, 집과 새와 구름이 들어왔습니다, 해가 그리고 내 위의 하늘조각도……, 책은 무거워지고 더 거세게 흐르고, 여름 내내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사과나무도 구름도 해도 하늘조각도 사라지는 자리에서

허수경 시인의 <여름 내내>


휴가를 보내는 방법 중에 ‘북캉스’라는 것도 있지요.

책을 뜻하는 ‘북’과
바캉스가 합쳐진 말인데요.
책을 읽으며 휴가를 보낸다는 뜻입니다.

멀리 떠날 수 없다면
도서관에서, 서점에서, 카페 안 창가에서,
책을 읽으며 몸과 마음을 힐링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