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1 (목) 고추장 단지를 들여다보며
저녁스케치
2019.08.01
조회 539
베란다 청소를 끝내고
마지막 설거지로 고추장 단지를 열어본다
스텐 국자가 휘어지도록
내용물들 딱딱하게 굳어있다
남을 향해 경직된 사람 속이 이러할까
나는 단지 속을 들여다보며 그동안
다른 사람에게 경직 돼 있던
내 딱딱하게 굳은 속이
저러했을 거라고 생각해본다

떡볶이를 볶을 때이거나
부추 비빔밥을 힘들여 비빌 때의 매콤한 맛이
사리처럼 단단한 아픔 한 조각이
그 순간 내 목젖을 치고 넘어간다
울분 덩어리 삶에도 결코 마르지 않는
식욕보다 강한 희망 같은 게 있었구나
하면서 생수 한 바가지를
단지 속에 붓는다

더깨가 진 시간들은 베란다 밖
질척거리는 세상으로 떠 내 버리고
마음 다 말라버린 몸 속에
다시 마음을 쟁여 넣듯
삐득삐득 말라버린 독 속의 장에
생수를 비벼 섞는다
언젠가 저 응어리진 마음이
축축하게 풀릴 날을 생각해 본다

한미영 시인의 <고추장 단지를 들여다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지면서,
음악이 주는 행복을 느끼면서,
물기 없이 말라버린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어봅니다.
내 마음 한 술, 어디다 떠놓아도
부드럽게 풀어질 수 있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