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17 (월) 편지
저녁스케치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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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은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은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윤동주 시인의 <편지>


보고 싶었다고 썼다가
쑥쓰러워서 지우고...

그리웠다고 썼다가
부담스러워할지 몰라 다시 지우고...

편지지 위에 적힌 글자는 몇 개 없고
책상 위에 지우개가루만 수북이 쌓여가던
그런 밤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