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먼 것이 아니라
눈이 가려 봅니다
귀가 먼 것이 아니라
귀도 제 생각이 있어서
제가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다 내 것이라 여겼던 손발인데
손은 손대로 하고 싶은 것 하게 하고
발도 제 뜻대로 하라고 그냥 둡니다
내 맘대로 이리저리 부리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눈이 보여준 것만 보고
귀가 들려준 것만 듣고 삽니다
다만 꽃이 지는 소리를
눈으로 듣습니다.
눈으로 듣고 귀로 보고
손으로는 마음을 만집니다
발은 또 천리 밖을 다녀와
걸음이 무겁습니다
이대흠 시인의 <늙음에게>
세월이 흐르다보니
보고 싶지 않은 건
넘겨보는 여유가 있고
듣고 싶지 않은 건
흘려버리는 배포도 생겼습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으니
이제 나쁜 건 좀 덜 보고 들어도 된다는
일종의 선물이라 생각하면 어떨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