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18 (목) 새 집
저녁스케치
201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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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에선 소리가 난다
모든 게 낯설어
벽과 벽
벽과 천정
가구와 가구
그리고 바닥이 만나는 부분에서
자기 자리를 잡느라 삐걱거리는 소리
밤새 수인사 하는 소리

새 집에선 냄새가 난다
미처 마르지 않은 나무
그 나무가 살던 숲과 공기
새들과 계곡의 물이끼
산짐승들의 발정난 냄새와 진달래 철쭉
이름 모를 약초 냄새까지
채석장의 화약 냄새와
골재 트럭이 훑고 간 강바닥의 기름 냄새마저

이합과 집산 고통과 환희
이 모든 것의 접합 부분에선
밤새 소리가 난다
냄새가 난다

이동재 시인의 <새 집>


새로 바른 벽지에서 나는 풀냄새
새로 들인 가구에서 나는 나무냄새
아직 길이 나지 않는 문짝이 내는 뻑뻑한 소리,
이 모든 게 사라진 후
사람 냄새, 음식 냄새,
빨래 마르는 냄새로 채워져야
비로소 내 집이라는 느낌이 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