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잣나무와 회화나무 잎을
느티나무와 산수유나무 잎을 뒤적이고 있다
산책로 화단에 심은 꽃잎과
풀밭 들꽃 대가리를 흔들고 있다
바람은 잎사귀를 꽃잎을 뒤적여 뭐하려는 걸까
받아먹은 햇빛의 양을
매달았던 빗방울과 밤이슬의 갯수를
별빛의 굴절을 학위논문으로 쓰려는 것일까
꽃잎을 꽃봉오리를 흔들어
인생 화무십일홍을 가르치려는 것일까
벌레의 발자국을 상처를 세어
머릿속에 기어 다니는 고뇌를 시로 쓰려는 걸까
숲은 우주를 장서한 도서관
바람은 쉼 없이 책장을 뒤적이는 독서광
공광규 시인의 <숲과 바람>
바람은 대단한 모범생인 듯합니다.
매일 같이 곳곳을 누비며
세상읽기를 쉬지 않으니 말이죠.
오늘 바람은 무엇을 읽었을까요?
바람이 하는 얘기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