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3 (화) 헌 신
저녁스케치
201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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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그대 발에 꼭 맞는 신발 같은 거였으면 좋겠다
거친 길 험한 길 딛고 가는 그대 발을 고이 받쳐
길 끝에 안착할 수 있다면
나를 신고 찍은 그대의 족적이 그대 삶이고 내 삶이니
네가 누구냐 물으면
그대 발치수와 발가락 모양을 말해주리
끝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리
다만 그 끝의 자세가 사랑을 규정해주리니
그대 다시 나를 돌아보거나 말거나
먼 길 함께했다는 기적이라면
이 발 냄새마저도 따스히 보듬고 내가 먼저 낡아서
헌 신, 부디 헌신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복효근 시인의 <헌 신>


가장 낮은 발밑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고이 받쳐주고 싶다는 신의 사랑,
우리는 누군가를 이렇게
헌신적으로 사랑한 적이 있나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