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옮겨 심을 때 착근을 위해 흔히 꽃은 버리는데요, 올봄엔 산수유꽃망울 몇 개 수습하며 물병에 꽂았습니다. 노랑, 노랑, 허공에 생기 돌더니 꽃 질 무렵엔 햐! 새순 돋더니, 푸릇푸릇 새순 피어 봄꽃나무에서처럼 이파리가 자라는데요, 잎꽃이를 한 듯이나 나는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그 두근거림의 뿌리가 간지럼간지럼 첫사랑 같은 열매와 고것이 익어갈 때의 앙증맞은 빛깔에 있다는 것을 저도 알았나 봅니다. 뿌리가 나지 않아 완전히는 나무가 아닌 산수유가지가 물의 뿌리를 내려 보내 가만히 유리병 바닥에 닿아보는 것인데요, 내 안에선 이미 산수유나무 착근이 시작된 것인지 지난밤부터는 가슴 한쪽이 뻐근해 왔습니다. 거기 접붙인 듯 내 마음도 막 푸르러지는 것이었습니다. 봄날도 마구 푸르러지는 것이었습니다.
오창렬 시인의 <착근(着根)>
꽃을 볼 때는
마치 꽃이 우리 안에서 뿌리를 내린 듯
마음이 간질간질해지죠.
앙증맞은 빛깔에 한번 반하고
푸릇푸릇한 잎사귀에 한 번 더 반하게 하는 꽃나무.
꽃은 우리 마음도 푸르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