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6 (금) 고립으로부터 봄을 주문하다
저녁스케치
201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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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맛 과자봉지 속으로 들락거리는 손길 따라 저는 짭조름에 길든 갈매기를 부릅니다

암막 커튼의 차단과 새우맛 과자 씹히는 소리로부터 안방은 바닷물 출렁출렁 넘치고, 완도 활전복 파는 홈쇼핑 쇼호스트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기회라며 숨 넘어 갑니다 허리 협착증으로 누운 저는, 위기와 절정을 지나 결말로 가는 봄을 주문합니다

바다의 파랑주의보는 분지의 안방까지 갈매기 데려오고 전화기 타고 둥둥 떠 내려온 완도 활전복이 옆에 누워도 저는 막막한 섬입니다 등 근육 약한 섬은 고립 중입니다

당신을 기점으로 하는 이 고립을 허락해 주신다면 섬으로 부터 둥둥 떠다니는 외딴 봄을 번쩍 안고 일어서, 눈부시게 피겠습니다

모현숙 시인의 <고립으로부터 봄을 주문하다>


아직 내게 봄이 오지 않았다면
내가 봄에 다가가면 어떨 런지요.

새가 내게 오지 않는다면
내가 새가 있는 곳으로 가고,
봄이 내게 찾아오지 않는다면
내가 봄을 입안으로 들이는 거죠.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간다면
저만치서 맴돌던 봄이라도 피할 방법이 있을까요?

이제라도 눈부시게 피어나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