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꽃 자잘한 그곳에 앉아
우리는 부추꽃도 강물도 얘기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기에 뭔가를 간직하고 싶어졌다
물살을 거스르던 청년들이 강의 이쪽과 저쪽을 건너는 사이
우리는 허물어지는 것들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못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저쪽 너머를 바라보았지만
어떤 말은 그대로 몸속에 머물렀다
우리는 다시 흔들렸다 물어도 답할 수 없는 풍경에 가만히 숨을 내쉬며
누구나 한 번쯤 놓쳐본 적 있는
늦었다는 말은
얼마나 오래되었던지
강둑으로 불어오던 바람이 서로를 보지 못하게 머리카락을 허공으로 흩뜨려버렸다
박미란 시인의 <강둑에서>
사랑이 잘못된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리기에 늦어버린 경우가 많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누구의 탓인지 따져 묻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어져버린...
아니, 너무 늦어버린
강둑에서의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