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28 (목) 강둑에서
저녁스케치
2019.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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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꽃 자잘한 그곳에 앉아
우리는 부추꽃도 강물도 얘기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기에 뭔가를 간직하고 싶어졌다

물살을 거스르던 청년들이 강의 이쪽과 저쪽을 건너는 사이
우리는 허물어지는 것들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못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저쪽 너머를 바라보았지만
어떤 말은 그대로 몸속에 머물렀다

우리는 다시 흔들렸다 물어도 답할 수 없는 풍경에 가만히 숨을 내쉬며

누구나 한 번쯤 놓쳐본 적 있는

늦었다는 말은
얼마나 오래되었던지

강둑으로 불어오던 바람이 서로를 보지 못하게 머리카락을 허공으로 흩뜨려버렸다

박미란 시인의 <강둑에서>


사랑이 잘못된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리기에 늦어버린 경우가 많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누구의 탓인지 따져 묻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어져버린...

아니, 너무 늦어버린
강둑에서의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