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지국을 하는 그와 칼국수 한 그릇 할 요량으로 약속 시간 맞춰 국숫집 뒷방 조용한 곳에 자리 잡고 터억하니 두 그릇 든든하게 시켜 놓고 기다렸는데 금방 온다던 사람은 오지 않고 국수는 퉁퉁 불어 떡이 되도록 제사만 지내고 있는 내 꼴을 때마침 배달 다녀온 그 집 아들이 보고는 혹 누구누구를 만나러 오지 않았냐고 은근히 물어오길래 고개를 끄덕였더니만 홀에 한 번 나가보라고는 묘한 미소를 흘리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마당을 지나 홀 안을 빼꼼 들여다보니 아연하게도 낯익은 화상이 또한 국수를 두 그릇 앞에 두고 자꾸만 시계를 힐끔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안상학 시인의 <안동 숙맥 박종규>
약속한 사람이 늦으면
먼저 음식을 먹고 있거나
전화해 독촉할 수도 있었을 텐데...
두 사람 모두 진득하니 앉아
국수 두 그릇씩을 불려놨네요.
사람 간의 온기가
예전 같지 않은 요즘,
이런 쑥맥 같은 사람이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