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요
뒤 베란다에 쭈그리고, 주말 저녁이면
풀죽은 와이셔츠, 아내의 짠 내, 한숨
막내 턱받이에 어룽진 칭얼거림
중1 큰아이 불만 교복 안고
부릉부릉 팔랑팔랑 투두둑투두둑
때 팔자 콱콱 몰아붙여 분해하는
공기 방울의 균형 방정식을,
그믐달처럼 늘 감추고 사는 자존심과
끕끕하고 찜찜한 기분 창피한 눈물까지
푸드득 푸드득 탈수시켜
보송보송 길 가는 옷 만드는
공기 방울 세탁기의 깐깐한 고집 그거 알아요
박만식 시인의 <공기 방울 세탁기>
우울한 날엔 빨래를 해요.
눈물로 얼룩진 하루도
상처받은 마음도
조물조물 문질러 지워내고
아쉬움이나 후회가 남지 않게
꼭 짜고선 탁탁 털어
볕 좋은 곳에 널찍하게 널어요.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고민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산뜻한 햇살 향기가 스며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도 뽀송뽀송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