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6 (월) 어른이 되면
저녁스케치
20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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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질문도 소화제 먹듯
잘 삼키고
아픈 말도 탈 나지 않을 만큼만
기억할 수 있을까

아끼느라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
철 지난 옷과 한때는 소중했던 편지들
쓰레기통에 버리며 아까워하지 않고

아무 걱정 없이 잠들 수 있을까
악몽에 시달리지 않고
아침이면 개운하게 눈을 뜨는

어른이 되면
내가 살아 있다는 기쁨 알게 될까
누군가 곁에 있어 줘서가 아니라
폭식해서가 아니라
단지 내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멋진 사람까진 되지 못하더라도
첫눈을 밟으면 환해지고
좋아하는 영화가 있어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면

혼자서는 다 먹기 어려운
상자에 담긴 토마토
척척 냄비 가득 수프로 끓이며
아 따뜻해, 말할 수 있을까

조용한 부엌을
자신의 온기로 데울 수 있는
그런 어른

정다연 시인의 <어른이 되면>

어른이 되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뭐든 다 척척 잘 해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도 모르는 게 더 많고
여전히 용기보단 두려움이 더 앞섭니다.
하지만 하나는 알 것 같아요.
늘 따뜻한 마음을 지녀야 한단 거.
사람들과 그 온기를 나누며 함께 한다면
어떤 일도 거뜬히 해낼 수 있다는 걸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