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왔다.
한참 동안 이것저것 이야기했다.
그런데 자기가 무슨 일 때문에 전화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처음에 무슨 이야기부터 했었냐고 나한테 묻는다.
나는 그냥 웃었다.
결국, 둘이 같이 웃었다.
내가 그것을 어떻게 기억한담.
생각나면 다시 전화하자고 했다.
인생살이 이렇게 간다.
문익호 시인의 <인생살이 이렇게 간다>
꼭 할 말이 있어 전화했는데,
용건은 잊고 한껏 수다를 떨 때가 있어요.
어떻게 지냈냐는 안부로 시작해
이런저런 사는 어려움을 토로하다가
그때 그랬지, 좋았던 한때를 떠올리며
훈훈한 미소로 마무리 짓곤 하죠.
그렇게 많은 말을 하고서도
조만간 만나서 마저 이야기하자는 우리.
그래요. 그렇게 드문드문
잊고 지나가는 일도 있으니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