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텔레비전 앞에서 늦은 저녁을 먹다가
울컥 울음이 터졌다
멈출 수 없어 그냥 두었다
오랫동안 오늘 이전과 이후의 일만 있을 것 같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밤, 다시 견디는 힘을 배우기로 했다
곽효환 시인의 <그날>
흔들린 사이다 뚜껑을
무심코 열어버린 것과 같아요.
뚜껑을 닫아도 터져 나오고
병에 입을 대고 마실 수도 없으니
쏟아지는 대로 둘 수밖에요.
그렇게 한바탕 울고 나면 시원해집니다.
드라마가 너무 슬퍼서 울었는지
말라빠진 반찬이 나 같아서 울었는지
나중에는 그 이유도 기억이 잘 안 날 거예요.
밥 먹다말고 엉엉 울어버렸던 모습을 떠올리며
‘그땐 그랬지’ 웃어 보이는 날이 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