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들에게는 곁이 있다
봄의 골목을 지나갈 때
여름의 나무들을 지나갈 때
뒷짐 지고 걷던 골목길 모퉁이 향이 난다면
그건 은은한 존재의 곁이라는 뜻이다
덜 깬 새발가지에 기대고 싶은 햇살
비가 오고 안개 끼고 허청대는 바람도
안녕하며 걸어가는 발걸음도
조심조심 꽃을 피하는 봄
봄꽃 꺾는 도둑에게도
어느 꽃에서 구입한 향수냐고 묻고 싶은
그런 향기가 난다
꽃 나들이를 놓친 핑계도
목련꽃 헹가래도
모든 향기와 냄새들은 곁을 갖고 있다
누군가의 곁으로 크고
누군가의 곁이 되는 동안
멀어지거나 멀어져온 언저리
이끼가 끼고 축축하다
초록 버드나무가 중얼거리는
아래에 한참 서있었다
그 말이 내 머리에 닿을 것 같았다.
김화연 시인의 <봄의 곁>
두꺼운 옷이 무겁게 느껴지고
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진 걸 보니
조금씩 봄의 곁으로 가고 있는 듯하죠.
연두빛 나무 아래에 앉아
봄의 어깨에 고개 기댈 날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