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흰나비 한 마리
날아든다, 반 평 남짓한 콘테이너 구두병원이
환해진다, 구두통에 구두약에 낡은 흙구두에
앉는다, 팔락이는 날개에서 쏟아지는 신기루
저 나빈 전생에 구두였대요 봄구두요
쩔름발이 주인 얼굴에 다래꽃 웃음이
얼룩진다, 그 웃음이 밟히고 멍들고 녹슨 하루를
닦는다, 문드러진 까만 손톱 밑에서
당당해지는 마음 한 켤레
풀죽었던 구두코가 반짝반짝 일어서는데
좁은 방 속에서 펼쳐지는 푸른 지평선
저마다 기다리는 집들 전봇대들 약속들
쩔름발이 주인이 닦는 건
아침빛 출발이다 머나먼 하늘이다
그가 나누어주는 건
잘 기운 날개이다, 무수한 도착이다
뒷꿉까지 반짝이는 신기루 하나를 신는다
굽은 손가락 끝에서 검은 구두약으로, 환해지는
나비 나비 나비
김수우 시인의 <나비와 구두>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사람들이 주는 기운이 있어요.
그들의 말 한 마디가
마음 한 구석을 파고 들면
회색빛으로 보였던 세상이
물감으로 환히 채색되는 듯 하죠.
뜻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위안을 받고
마음이 정화되는 거 같은, 그런 날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