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9 (수) 겨울 숲
저녁스케치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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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떠나고
그대가 한 그루
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 때
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
아무도 이 눈보라 멈출 수 없고
나 또한 그대가 될 수 없어
대신 앓아줄 수 없는 지금
어쩌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눈보라를 그대와 나누어 맞는 일뿐
그러나 그것마저 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보라 그대로 하여
그대 쪽에서 불어오는 눈보라를 내가 견딘다
그리하여 언 땅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얽어쥐고 체온은 나누며
끝끝내 하늘을 우러러
새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보라 어느샌가
수많은 그대와 또 수많은 나를
사람들은 숲이라 부른다

복효근 시인의 <겨울 숲>


누군가가 겪는 어려움을
전부 해결해주기는 어렵지만
함께 견뎌줄 수는 있습니다.
그렇게 손 잡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리도 바람을 막는 든든한 숲이 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