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묵으면 묵을수록 단단해지는 생이 있다
오래 묵을수록 장작개비처럼 썩지 않는 말이 있다
광 바람벽에 걸어 둔 북어
할 말 많아 아직도 다물지 못하는
당신, 그 속에 걸어 둔 말들 그렇겠다
말도 쌓이면 돌처럼 단단해지는 것인데
얹힌 듯 답답하다는 말이 그럴 것이고
죽이라느니 지긋지긋하다느니
부대끼며 살아온 마음 바람벽을 바라보다가
비쩍 마른 북어를 꺼내
퍽퍽 두들겨 팼다
날은 자주 흐렸지만 눈이 오지 않는 섣달 겨울이었다
허림 시인의 <북어>
취해서 들어온 아버지와
다투셨던 어머니는
북어를 두들기며 화풀이를 하셨죠.
그렇게 밉다고 지긋지긋해 하시면서도
할 말은 꾹 삼키고
아침밥은 아버지를 위한
시원한 북엇국을 끓이셨던
우리의 어머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