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기다리며
나 장생포 바다에 있었지요
누군가 고래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했지요
설혹 돌아온다고 해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요,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알면서도 기다렸지요
고래를 기다리는 동안
해변의 파도를 보았지요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어깨를 들썩이는 그 바다가 바로
한 마리 고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안도현 시인의 <고래를 기다리며>
장생포의 고래는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야만...
그것도 아주 운이 좋은 날에만 볼 수 있다고 하죠.
고래를 보기 위해 배에 오른 사람들은
어려운 일임을 알면서도 희망을 겁니다.
그러다 실망하고 이내 다음을 기약하죠.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또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