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속에 종이컵 바닥이 어른거린다
향긋하고 달착지근한 맛에
커피 주는 줄 몰랐구나
자판기 커피가 일생의 거울인 줄 몰랐구나
반품 안 되고 리필 안 되는
딱 한 컵의 생애,
마지막 한 모금 삼키고 나면
누구든지, 그냥 빈 종이컵 하나
감태준 시인의 <자판기커피>
어떤 컵은 쓴 블랙커피를,
어떤 컵은 달달한 밀크커피를 품고 세상에 나오지만
음료를 다 마시고 나면 그저 빈 종이컵인 자판기커피.
저 사람과 나 사이에
대단한 차이가 있어 보여도
지나보면 모두가 비슷하게 살아가는,
한번 밖에 살 수 없는
보통의 사람들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