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이 녹는 동안, 한 세상이 지나간다. 오래된 표지를 넘기면 시작되는 결말. 너는 그것을 예정된 끝이라고 말하고 나는 여정의 시작이라고 옮긴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거야. 어디서든, 어떻게든. 등 뒤에서 작게 속삭이는 사람들. 멀리 있는 사람들. 그것이 인생이라고 노래 부르는 사람들. 새롭지는 않았으나 아는 노래도 아니었다. 다만 열꽃을 꽃이라 믿던 날들을 돌이키며 각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뿐. 후회와 미련에 붉은 줄을 그어놓고 오늘도 어디선가 새는 울겠지. 내일도 어디선가 새는 새로 울 거야. 흔들리는 시선이 고요해질 때까지 우리는 몸을 낮추고 눈을 낮추고 아래로, 더 낮은 곳으로. 끝의 시작은 보는 것. 본 것을 읽는 것. 읽은 것을 잊는 것. 잊은 것을 다시 잊는 것. 이제 우리 앞에는 흰 종이가 놓여 있다. 검은 물이 흘러나오는. 천천히 낡아가는.
개미가 줄지어 간다 녹아버린 사탕을 끌고
마지막까지 마지막을 드러내지 않고 어떻게든 어디로든
김선재 시인의 <사탕이 녹는 동안>
개미가 먹이를 끌고 가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먹이에게는 예정된 끝이지만,
개미에게는 여정의 시작이겠죠.
오늘은 끝이 내일의 시작점입니다.
잘 되지 않은 날도 “이게 인생이지 뭐.” 하며 훌훌 털어버리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어디로든 가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