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7 (금) 겨울풀
저녁스케치
20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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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보거래이
우리가 이렇게 입 다물고 있능 거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대이
우리도 할 말이사 많이 있능기라
우리가 이렇게 뜬 얼굴로
비틀거리면서도
맵차디 맵찬 겨울 바람
한사코 견디어 내는 것은
뿌리가 있기 때문이대이
뿌리는 우리에게 믿음인기라
뿌리는 우리에게 힘인기라
야야 이제사 알겠제
꽁꽁 얼어 붙은 땅 속 깊이
꿋꿋이 내려 뻗은 우리의
힘을
우리에게 만약 그런 힘 없었다면
우린 쓰러져도 벌써 쓰러지고
말았을 기라
야야 똑똑히 보거래이
지금 이렇듯 누런 이파리 흔들어대는 건
우리가 뿌리로만 엉키며 살아 가는 건
이 겨울 뒤에 찾아 올
어느 봄날에
물결치듯 온 땅에
와아와아 꽃으로 피어나
한바탕 멋지게 어울어져 춤 추고 싶은기라
야야 우리는 그 날을 기다리고 있능기라.


김종원 시인의 <겨울풀>

겨우내 풀은
바짝 마른 채로 엎드려있습니다.
죽은 듯이 보이지만 언젠가 올
자신의 계절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