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괴로움을 덮어보려고
너무 많은 나뭇잎을 가져다 썼습니다
나무의 헐벗음은 그래서입니다
새소리가 드물어진 것도 그래서입니다
허나 시멘트 바닥의 이 비천함을
어찌 마른 나뭇잎으로 다 가릴 수 있겠습니까
새소리 몇 줌으로
저 소음의 거리를 잠재울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내 입술은 자꾸만 달싹여
나뭇잎들을, 새소리들을 데려오려 합니다
또 나뭇잎 하나가 내 발등에 떨어집니다
목소리 잃은 새가 저만치 날아갑니다
나희덕 시인의 <또 나뭇잎 하나가>
보도블록 아래에 심긴 가로수의
슬픈 고백 같네요.
따뜻한 흙과
새 소리를 원하는 가로수에게
시멘트 바닥과 거리의 소음은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은 존재겠지요.
오늘따라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들이 더 애처롭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