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추적추적 내리고 난 뒤
땅에 떨어져 나뒹구는 후박나무 잎
누렇게 바래고 쪼그라든 잎사귀
옴폭하게 오그라진 갈잎 손바닥에
한 숟가락 빗물이 고였습니다
조그만 물거울에 비치는 세상
낙엽의 어머니 후박나무 옆에
내 얼굴과 우리 집 담벼락
구름과 해와 하늘이 비칩니다
지천으로 굴러다니는 갈잎들 적시며
땅으로 돌아가는 어쩌면 마지막
빗물이 잠시 머물러
조그만 가을 거울에
온 생애를 담고 있습니다.
김광규 시인의 <가을 거울>
아스팔트에 고인 물웅덩이에
낙엽이 떨어진 걸 봅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생각 없이 피해갈 물웅덩이가
낙엽 덕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죠.
가만히 들여다보면
물 위에 하늘이 보이고, 구름도 떠갑니다.
빗물이 만든 가을 거울은
세상을 담다가 사라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