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8 (목) 내가 부르지 않았는데도 비는 내렸다
저녁스케치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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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르지 않았는데도 비는 내렸다 비가 부르지 않았는데도 나는 빗속에 들어가 있었다 나는 내 속에서 움트지 못하는 마른 씨앗을 꺼내 빗속에 젖게 다 씨앗이 움트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내 속은 비에 젖지 않았지만 빗소리로 붐볐다 비에 젖은 사람들이 내 곁을 지나갔다 비에 젖지 않은 사람들도 내곁을 지나갔다 비에 젖은 사람과 비에 젖지 않은 사람 사이엔 그러나 아무런 경계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내가 부르지 않았는데도 저녁은 오고 저녁이 부르지 않았는데도 나는 저녁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젖은 이파리들은 저녁에도 계속 젖었다 젖지 않은 이파리들의 뒷면은 저녁이 되어도 젖지 않았다 나는 한그루 나무, 내 이파리들도 젖은 것은 계속 젖었고 젖지 않은 것은 계속 젖지 않았다

김충규 시인의 <내가 부르지 않았는데도 비는 내렸다>


비는 원해도 오지 않을 때가 있고
원치 않아도 올 때가 있습니다.
살다보면 간절히 바래도 이뤄지지 않는 일이 있고
바라지 않아도 그렇게 돼버리는 일이 있죠.
삶이란 그저
일어난 일들을 받아들이는 게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