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며 걸어가는 순간순간을 헤집어보면
무수한 틈이 자리해 있다
햇살이 잘박하게 젖어가는 한낮 뒤로의 반짝거림
그러나
그 틈을 향한 돌문은 좀체 열리지 않는다
보도블록 사이로 떨고 있는 민들레의 꽃잎이 몇 개인지
헤아릴 수 있는 마음 없다면
시장 후미진 좌판에 펼쳐진 할머니의
하얗게 주름진 눈짓 읽어 낼 수 없다면
창공에 넌지시 던져진 속살 구름
마음속 화폭으로 슬쩍 옮길 수 없다면
틈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찰나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열사(熱沙)의 가시 돋친 선인장 같은 목숨만이
서걱이는 모래바람의 혀로 길게 드리워질 뿐
내 몸의 구멍이란 구멍은 다 열어
느릿느릿, 더 천천히
몇 방울의 짠한 눈물로
세상으로의 연주를 시작할 때, 비로소
그 틈은 꽃을 피워 올릴 것이다
틈 속엔 생을 밝힐 비밀이 무수히 숨어있다
김재홍 시인의 <틈>
세상이 어둡고 못나 보이는 건
우리가 신경 쓸 틈 없이, 숨 쉴 틈 없이
슬퍼할 틈도 없이 달려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걸어가는 순간순간만이라도
자세히 보고, 듣고, 마음에 담는다면
우리 주변에 예쁘고 따뜻한 것들도
참 많이 볼 수 있을 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