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없는 집은 참 넓다
늘 나란히 앉았던 소파에서
식탁 너머 창까지
무료해진 시선 가는 길
수 헤아릴 만큼 길다
언제나 환할 줄만 알았던 집 안도 어둡다
아내가 없으면
불을 켤 필요가 없다는 것
처음 알았다
그리고 또 아주 고요하다
아내가 없으면
전화도 울리지 않고
티브이도 떠들지 않는다
귀찮던 아이들 노는 소리
세탁 외치는 소리
타박하던 내 목소리까지
다 쓸어 담아 아내가 데려갔을까
있어도 들리지 않는다
아내가 없으니
나 갑자기 밖에서 온 자로
있어야 할 것들이 있을 자리를
하나도 채우지 못해
망연히 홀로 된 느낌
아내가 없으니
여태 산 것이
다 남의 집살이였던 듯하다
이렇듯 몰랐던
그대의 힘
이인구 시인의 <그대의 힘>
가족들과 함께 지내던
집에 혼자 있어보면
어딘지 휑한 느낌이 드는 게
집이 참 넓어 보인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당연하게 보였던 일상의 풍경도
모두 가족들의 힘이 보태어 만들어진 거란 걸
혼자 있어보면 알게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