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기일 같은 건 잊은 지 오래고
연체 같은 건 따져본 적 없이
미안하다는 말 체납하고 산 지 오래다
그럴수록 마음,
편안한 곳 없다
불편을 눈치 보고 산다
하루 이틀 미루어진 날들이 쌓여
결국에는 염치가 사라지는 일이라
이젠, 미안하다는 것조차 잊고 산다
차츰 얼굴빛은 두꺼워지고
말들은 번드르르해진다
결국 길들여진 말투와 두꺼운 얼굴로
인연과 관계 사이를 훼방 놓는다
필연이라는 간극 사이에
가까운 것들은 다 미안한 사이가 되어간다
상처와 사랑은 같은 뜻이라 우기며
밀물처럼, 썰물처럼
서로 빚지고 사는
미안 체납자들로 북적거린다
김경숙 시인의 <미안 체납>
미안하다는 말을 못해서 쌓인
마음속에 부채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쯤 될지...
‘괜찮을 거야’고 합리화하고,
‘이제는 잊어버렸겠지’ 넘어가는 사이에
우리는 누군가에게 얼마의 상처를 줬을지...
오래 전 생긴 체납금이 이자만 불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