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아버지는
어린 자식을 버스 앞에 세워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지시곤 했다
강원도하고도 벽지로 가는 버스는 하루 한 번뿐인데
아버지는 늘 버스가 시동을 걸 때쯤 나타나시곤 했다
늙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서울대병원으로 검진받으러 가는 길
버스 앞에 아버지를 세워놓고는
어디 가시지 말라고, 꼭 이 자리에 서 계시라고 당부한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담배 한 대 피우고
벌써 버스에 오르셨겠지 하고 돌아왔는데
아버지는 그 자리에 꼭 서 계신다
어느새 이 짐승 같은 터미널에서
아버지가 가장 어리셨다
이홍섭 시인의 <터미널>
세상에서 가장 커보였던 아버지가
이제는 자식에게 의지하는 어린 아이가 됐습니다.
터미널 안, 수많은 버스 중에
시간을 거슬러가는 버스도 있다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