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한 번쯤 돌아봐 주시겠습니까
돌아보는 그 자리에 언제나 제가 서있습니다
사랑은 때로는 소의 반추(反芻)와 같아
추억이란 이름의 지나간 시간을 되새김질하기도 합니다
푸른 새벽에 눈을 떴을 때
일몰의 시간 묵상에 잠길 때
나는 사랑의 주머니 속에서 세피아 톤의 시간을 꺼내
사랑하는 사람 그대를 생각합니다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에
가장 빛났던 그대를 반추합니다
그러면 뒤쳐져 있던 그 시간들이 슬금슬금 걸어와 살아나고
추억이 있기에 사랑이 아름답다는 것을 압니다
산길을 달리다 백 미러에 산길이 따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쁘게 달아나는 시간들의 뒤를 따라오는 저 산길처럼
나는 그대의 추억 속에 서있습니다
한 번쯤 돌아서서 제 이름을 불러주시겠습니까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정일근 시인의 <돌아보는 그 자리에>
가을은 추억이란 시간을
되새김질하기 좋은 때지요.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
가끔 뒤돌아 추억을 떠올려 보자구요.
이렇게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