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고양이가 돌아온
저녁을 다독인다
손바닥에 검은 때가 묻는다
그건 저녁 어스름을
한없이 돌아다녔던 흔적
종종 전봇대에 붙는 고양이들
밤이면 물살 같은 수염의 갸릉갸릉 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흘러들었던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내 아이의 울음소리로 들리던 저녁
화들짝 나가 보니 내 발을 핥고 있다
먹고 자고를 며칠째 반복하더니
홀쭉한 배가 채워지고 제 모습을 찾아간다
나는 불을 켜지 않은 방으로
빈한하게 들이치는 어스름을 또 다독거린다
딸깍, 불을 켜면 집 근처를 서성이던 고양이들처럼
어스름은 후다닥 도망친다
가끔은 저녁이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스름을 묻히며 내려놓거나
포기하는 일을 고르는 저녁
돌아온 고양이 몸에
전에 보이지 않던 잿빛이 등을 타고 빠져나가고 있다
그것 다 안다 내 손으로 옮겨 온 것이라는 것을
잿빛 하늘에 별이 솟듯
저녁을 쓰담쓰담 다독이다 보면
손바닥에 별 뜨는 날 꼭 올 것이다
나를 다독이듯
고양이를 다독이는 저녁이다
정와연 시인의 <다독이는 저녁>
저녁은 휴식이자 위로..
하루 일과를 끝내는 때이자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
‘잘 했다, 수고했어...’
오늘도 나를 토닥토닥해줄 수 있는
저녁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