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30 (목) 주유소 풍경, 차와 사람들
저녁스케치
2018.08.30
조회 442
아우디를 몰고오는 운전자 중에
정중히 먼저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반도체 하청공장을 하고 있다는 그 사람은
나보다 더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꼭 돼지상을 한 그 아줌마는 체어맨을 몰고와
코를 푼 휴지를 내 발 밑에 던지고 간다

젊은 사장 박공원씨는
포크레인을 트럭에 업고 와서 경적을 울려댄다
자기가 나를 먼저 봤다는 싸인이다
아침마다 애마같은 장비에게 큰 절을 하고
나온다는 그 사람은 인생이 즐겁다

그는 좌우명이 '웃으며 살자'라고 했다
우리는 급히 친해진 사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더 자주 장비에게 말을 걸고 쓰다듬어 주라고 했다
그를 위해 기름 값이
더 빨리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병무 님의 <주유소 풍경, 차와 사람들> 이라는 글이었습니다.


사람들이 하는 착각 중에 하나가
좋은 차, 좋은 집, 명품 옷과 가방을 걸치면
나도 명품이 될 거라는 생각이죠.
하지만 물건은 주인을 닮습니다.
사람이 아름다워야
그 사람이 모는 차도 멋져 보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