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30 (월) 하늘의 집
저녁스케치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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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깃줄이 닿는다고
인부들이 느티나무를 베던 날
아파트가 있기 전부터 동네를 지키던 나무는
전기톱이 돌아가자 순식간에 쓰러졌다
옛날 사람들은 가지 하나를 꺾어도 미안하다고
나무 밑동에 돌멩이를 던져주었고
뒤란 밤나무를 베던 날
아버지는 연신 헛기침을 하며
흙으로 그 몸을 덮어주는 걸 보았는데
느티나무의 숨이 끊어지자 인부들은
그 커다란 몸을 생선처럼 토막내 싣고 갔다
이파리들의 그늘에 와 쉬어가던 무성한 여름과
동네 새들이 깃들이던 하늘의 집을
그렇게 어디론가 싣고 가버렸다

이상국 시인의 <하늘의 집>


새들의 집이자 그늘이자
동네를 지키던 수호신 같은 나무가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잘려다가는 걸 종종 봅니다.
우리가 조금 돌아가면
옛날처럼 함께 살 수 있을 텐데....
이렇게 함부로 베고 없애다
먼 훗날 우리의 터전까지
잃어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