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9 (목) 나뭇가지를 얻어 쓰려거든
저녁스케치
2018.08.09
조회 398
먼저 미안하단 말 건네고
햇살 좋은 남쪽 가지를 얻어오너라
원추리꽃이 피기 전에 몸 추스를 수 있도록
끌고 온 나뭇가지가 채찍이 되지 않도록
마침 이별주를 마친 밑가지라면 좋으련만
진물 위에 흙 한 줌 문지르고 이끼옷도 입혀주고
도려낸 나무그늘, 네 그림자로 둥글게 기워보아라
남은 나무 밑동이 몽둥이가 되지 않도록
끌고 온 나뭇가지가 채찍이 되지 않도록

이정록 시인의 <나뭇가지를 얻어 쓰려거든>


예전에 어르신들은
우리가 자연을 빌려 쓰는 거라고 말씀하셨죠.
그래서 조금이라도
자연에 해를 입히면 미안해하고
더 많은 씨앗을 수집하고 뿌리곤 하셨죠.
내가 낸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료해주는 마음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