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은 해결의 대상이다
두어 바퀴째 식당가를 돌다가 알게 된 사실은
돈보다 용기가 더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
매일 드나들지만 언제나 마뜩잖은 맛집 골목을
막차처럼 빈속으로 돌아 나올 때
아이와 아내가 먹고 남은 밥과 김치 몇 조각에게
나는 낯선 식구이지나 않을는지
늦을 거면 밥은 해결하고 오라는 아내의 목소리가
걱정인지 짜증인지
가로수 꽃 점이라도 쳐보고 싶은 저녁
불편한 약속처럼 나를 기다리는 골목 분식집
연속극을 보다가 반갑게 일어서는 저이도
누군가의 아내이겠다 싶어
손쉬운 라면 한 그릇에
아내와 여주인을 해결하고 나면
어느새 든든해 오는 마음 한켠
아침은 굶고 점심은 구내식당
저녁 내내 간절하던 집밥은
그래,쉬는 날 먹으면 된다
권상진 시인의 <집밥>
남편이 느즈막히 집에 돌아올 즈음이면
아내는 그러죠. "아직까지 밥 안 먹고 뭐했어."
언제부터 집밥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졌을까...
먹고 사는 것이 녹록치 않은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