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5 (화) 아침 이슬을 보며
저녁스케치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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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에 글썽이는 아침 이슬을 보며
풀잎에 마음을 매달아봅니다.
세상은 여전히 어지럽지만
마음은 투명하게 글썽이는 이슬,
맑고 둥글게 맺힌 이슬이고 싶습니다.

아침 해가 둥그렇게 솟아오릅니다.
안경알을 닦고,
구두끈을 고쳐 매고 길을 나섭니다.
길은 언제나 저만큼 달리지만
나는 이따금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리며
간신히 무거운 발자국을 찍으며 걷습니다.

나직하고 완강한,
따스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붑니다.
나도 그런 바람이고 싶습니다.
묵묵히 그냥 그대로
흐르는 강물을 굽어보면서
날으는 새들이 부리로 쪼는
옥빛 하늘의 아득한 깊이에 눈길을 줍니다.

맑고 둥글게 마음을 굴리고 싶습니다.
아침 해를 두 팔로 끌어안으며
어제와는 다른 발자국들을 찍고 싶습니다.
나직하고 부드럽게, 옥빛 하늘
그 아득한 깊이를 꿈꾸는 마음으로
끝없이 둥글게 글썽이고 싶어집니다.

이태수 시인의 <아침 이슬을 보며>

갖은 근심과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마음의 중심을 잡기란 참 쉽지 않지요.
그럴 때면 자연을 봅니다.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않는 나무처럼,
뭐든 담아 두지 않고 훌훌 털어내는 바람처럼,
아침마다 둥글게 마음을 다잡는 아침 이슬처럼,
모나지 않은 마음으로 살겠노라 다짐하면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