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없이 전화를 걸어
건더기 없는 대화에도 깔깔대던 딸이
시집을 간 후로는
건더기 있는 말을 건네고 싶어도
뜸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핸드폰을 꺼내어
숫자패드를 켰다 껐다 한다
부모님 생전에 나 역시도 그랬지
뒤늦게 몰려오는 헛헛한 죄스러움
상대를 바꿔가며 하찮은 말로 시간을 채우다가
그마저 뜸해지며 마음으로 안부를 전했었지
그래. 어쩌면
삶은 잊는 연습의 과정인지 몰라
기억을 모두 퍼내고
태고로 향하는 망각의 파노라마
정기성 시인의 <잊는 연습>
예전 같지 않은 기억력에도
서운했던 일은 왜 잊혀 지지 않는지.
그리고 왜 자꾸만 별것 아닌 일들에
쉽게 마음이 상하는 건지요.
오래전 부모님도 이런 마음이었을 텐데...
그 심경 헤아리지 못한 불효까지 더해져
온갖 생각과 감정으로 마음은 뒤죽박죽,
비우고 또 비워도 금세 생각이 차오릅니다.
그래... 비울 수 없다면 차라리 잊자...
오늘도 잊는 연습으로 하루를 마무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