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4 (화) 그냥
저녁스케치
202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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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형용사를 가져와도,
그 앞에 어떤 부사를 붙여도,
내 마음 하나 다 표현할 수 없다
한낱 마음 따위도 적지 못하는데
내가 너를 써 내려간다는 게 말이 될까
그럴 땐 그저 ‘그냥’ 하고 미소 지을 수밖에
함축된 두 글자 뒤에 따라오는 수많은 생각은
내 미소 뒤에 이어지는 너의 그 웃음에
모래성이 무너지듯 무산되어 버리는걸
무장 해제된 나는 널 빼앗을 수도,
심지어 다가갈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그저,
‘그냥’ 하고 미소 지을 수밖에
유서진 시인의 <그냥>
딱히 설명하기 힘들 때도,
할 말이 너무 많아도 그냥...
마음을 몰라줘 답답할 때도,
이유를 다 들 수 없을 만큼 사랑해도 그냥...
가만히 기다려 줘야 할 때도,
기껏 용기 내어 전화 해놓고선
보고 싶다는 말이 나오지 않아서 그냥...
무심한 듯 보이지만 참 속 깊은 말
뒤따르는 미소에 긴 여운이 남는 말
그냥...